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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건축이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되살릴 수도 있다

by organic-son 2025. 5. 10.

– 건축의 다섯 얼굴 ⑤ 사회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 거리보다 공간의 구조다.”

건축은 단지 건물과 인프라를 만드는 기술의 영역이 아닙니다. 건축은 사람 사이의 관계, 공동체의 연결, 나아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장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이 어떻게 공동체를 해체하거나, 반대로 되살릴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구조적 관점을 통해 분석합니다.


🌐 사회 구조를 바꾼 공간의 힘: 공동체 해체의 시작

현대 도시 건축은 효율과 밀집 수용을 최우선 목표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도시 속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 고층 아파트의 폐쇄형 복도 구조는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마주침을 차단합니다.
  • 쇼핑몰 중심의 도시 설계는 골목과 광장을 없애고 상업 공간만 남깁니다.
  • 차량 중심 설계는 걷는 사람보다 자동차의 흐름을 우선하며, 마을의 속도감을 빼앗아갑니다.

공동체는 물리적 거리보다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유지되며 발전합니다. 이 구조가 사라질 때, 공동체는 해체의 길로 접어듭니다.


단절을 만든 건축적 구조
아파트

📉 단절을 만든 건축적 구조: 왜 이웃이 멀어졌을까?

건축 요소 사회적 영향

폐쇄형 복도 아파트 타인과의 접촉 최소화, 낯선 이웃 인식 강화
커뮤니티 공간 부족 공동 활동 기회 소멸, 개별화된 생활 구조 고착
일방향형 주거/상업 동선 마주침 불가 구조, 유대감 형성 단절
단절된 도로망과 철조망형 단지 외부와의 단절, 커뮤니티 확장 저해

건축 설계는 곧 사회 구조를 압축한 물리적 결과물입니다. 외형뿐 아니라 '누가 누구를 만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요소로 기능합니다.


🧩 건축이 공동체를 되살린 세계의 사례

🇳🇱 네덜란드: 플레이버즈 커뮤니티 하우징

  • 다세대가 함께 거주하며 공용 주방, 마당, 놀이공간을 공유
  • 입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함께하고, 육아도 공동으로 수행
  • 공간이 자연스럽게 관계의 기반을 형성함

🇯🇵 일본 도쿄: 코다이라시 공유주택

  • 고령자, 청년, 외국인 혼합 구성의 셰어형 주거지
  • 커뮤니티 라운지, 식사 공간, 공용 라이브러리를 통해 관계 형성
  • 사회적 고립 방지 및 상호 돌봄 시스템 유도

🇰🇷 서울 성북구: 이음센터

  • 폐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민 커뮤니티 허브로 활용
  • 회의실, 공연장, 북카페 등으로 변신한 공간이 자발적 모임을 촉진
  • 마을 기반의 생활 공동체 회복 모델로 주목받음

공간이 관계를 만드는 방식
공용공간 중심설계

🧠 공간이 관계를 만드는 방식: 설계의 조건들

설계 원칙 효과

우연한 마주침 구조화 계단, 열린 복도, 중정(中庭)을 통해 일상적 인사 유도
공용 공간 중심 설계 부엌, 세탁실, 라운지에서 공동 사용을 통한 친밀감 형성
개방성과 투명성 강화 시선이 닿는 구조 → 심리적 거리 축소
세대 혼합 배치 다양한 연령층이 교류할 수 있는 블록화 구성

공간은 그 자체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인프라입니다. 관계를 디자인하는 설계는 공동체 회복의 핵심 전략입니다.


⚠️ 실패한 건축이 만들어낸 사회 문제

1.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공동체 붕괴

재개발을 통해 건물이 새로워졌지만, 기존 주민은 밀려나고 원래의 공동체는 해체됩니다. 이는 물리적 개선이 사회적 관계를 지워버린 대표 사례입니다.

2. 초고층 주거의 고립성

프라이버시와 보안은 강화되었지만, 공동체적 소속감은 상실되었습니다. 주민은 동료가 아닌, 낯선 타인이 되었습니다.

3. 상업 중심 도시와 공공성의 상실

커뮤니티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돈을 써야만 머무를 수 있는 공간만 남았습니다. 이는 사회적 배제를 강화합니다.


✅ 공간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건축은 구조물이 아니라 관계의 설계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인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 공동체는 살아납니다.

앞으로의 도시와 건축은 기술과 미학을 넘어서서, 관계 중심, 사람 중심, 공동체 중심의 설계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좋은 건축은 혼자 살기 편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고 싶은 구조다.”